대만 위스키는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증류소의 역사는 시작하지만, 실제 대만산 위스키가 출시된 것은 2006년이 최초일 정도로 역사가 길지 않은 위스키입니다. 그렇지만, 스코틀랜드의 번스 나이트(Burn’s Night)행사에서 유명 위스키들을 제치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한 카발란이 등장하면서 주목받게되는 신성 위스키 국가입니다. 이 밖에도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의 판매량이 세계 1위이기도 한 대만과 위스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대만 위스키 역사
대만의 위스키 증류소는 카발란(Kavalan)과 난터우(Nantou) 두 곳입니다. 증류소 수가 적은 이유는 대만의 위스키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2002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만 술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부터 대만은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중화민국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갔습니다. 이 시기 대만에서는 정부가 주류 생산과 판매를 독점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류를 독점하던 기관은 대만 주류 독점국(현재의 TTL, Taiwan Tobacco and Liquor Corporation)이었습니다.
1978년 난터우현 서쪽에 와이너리가 생겼으며, 이 곳에서는 지방의 팔고 남은 과일을 활용해서 술을 만들었었습니다. 그러나 1999년 대만에 지진이 나면서 이 와이너리에 약 40억 타이완달러(한화 약 1700억원)의 손해를 입힙니다. 이를 재건하는 사업을 하는 중, 지역 농민들이 보리가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점을 해결해달라 건의하였고, 정부에서는 보리를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술을 고민하게 됩니다.
당시, 대만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고급 주류시장이 늘어났고, 따라서 위스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한 정부는 보리를 활용해서 위스키를 생산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위스키를 지속적으로 만들기에는 보리의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의 원액을 사와 블랜딩하여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이것이 최초의 대만 위스키이지만, 100% 대만산 위스키가 아니기 때문에 최초의 위스키로 평가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2002년,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정부에서만 주류 생산이 이루어지는 대만의 상황을 보고 WTO가 이를 독점이라 지적하게 됩니다. 이 계기로 주류 산업 규제가 풀리는데요. 규제가 풀리자마자 위스키를 만들고자 했던 킹카 그룹에서는 2002년부터 위스키 증류소 설립 계획에 돌입했고, 2005년 카발란 증류소를 오픈해 대만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라는 타이틀을 얻습니다. 그 뒤, 2008년 TTL에서 증류소 건설을 시작하여 2009년 완공을 하여 두번째 위스키 증류소가 탄생하게 됩니다.
대만 위스키가 유명해 진 것은 2010년 1월 25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번스 나이트(Burn’s Night)행사 이후부터입니다. 이 행사에서는 매년 최고의 위스키를 가리기 위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가 있는데, 이 곳에서 대만의 카발란이 1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때, 대만의 위스키가 유명해진 이유는 카발란의 첫 증류가 2006년 3월이었기 때문에 당시 참여한 위스키는 최대 3년 숙성 위스키였기 때문입니다. 즉, 대만은 짧은 시간으로 훌륭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입증이 된 것입니다.
그 뒤부터 카발란 증류소를 포함한 대만 증류소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말 그대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카발란 증류소에는 한 해 방문객이 100만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참고) 세계 최고의 위스키 국가인 스코틀랜드의 증류소가 같은 해 200만명인 것에 비하면 후발주자치고 굉장히 대단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만 위스키 특징
보리
이 두 증류소는 증류소를 운영하는 데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먼저 보리의 문제였습니다. 대만은 보리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었기에 보리 수급이 어려워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해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위스키에 사용하는 보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6줄 보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위스키도 수입산 보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자국의 농산물을 활용하지 못하면 세금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이와 반대로 인도 위스키의 경우, 식용으로 생산하는 6줄 보리를 사용하고 있고,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스키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서 보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보다 나은 선택과 우리나라 위스키의 특징이 나타나는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아열대기후
두 번째 문제점은 아열대기후 입니다. 대만은 연평균 기온이 17~20℃인 아열대 기후에 속하며, 5~9월로 5달이이나 지속되는 여름에는 30~33℃, 한겨울인 12~2월의 평균기온도 12~16℃일 정도로 따뜻합니다.
이런 기후에서는 천사의 몫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위스키를 장기숙성하기에는 좋지 않습니다. 대만의 천사의 몫은 10~12%로, 스코틀랜드의 2%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즉, 스카치 위스키의 엔트리급인 12년 숙성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코틀랜드는 80% 정도의 원액이 남는 반면, 대만은 30%의 원액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대만의 위스키는 이러한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어 제품생산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는 증발량이 높은 아열대기후에서는 오히려 숙성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은 인도 위스키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별한 캐스크
대만 위스키 증류소들은 모두 특별한 캐스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발란의 경우에는 흔히 쓰는 셰리 캐스크 제품인 올로로소(Oloroso),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PX) 뿐만 아니라 피노(Fino), 아몬틸라도(Amontillado), 만자니아(Manzanilla), 모스카텔(Moscatel) 등의 다양한 셰리 캐스크를 사용합니다. 또한 브랜디나 포트, 럼 등의 다른 술의 캐스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난터우 증류소의 오마르(Omar)제품의 경우에는 기존 난터우 와이너리에서 사용했던 과실주를 숙성했던 캐스크를 사용하여 피니싱을 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리
대만 위스키는 악조건을 토대로 좋은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어낸 좋은 예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신들에게 맞는 숙성방법을 개발하고, 자신들의 색깔을 내기 위해 다양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좋은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위스키 매니아들에게는 좋은 값에 위스키를 구할 수 있는 ‘위스키 성지’로 불리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최근 할인행사들도 자주 진행하고 있고 현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것에 비해 훨씬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대만 여행에는 한 번 쯤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