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모렌지

글렌모렌지(Glenmorangie)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에 위치한 전통적인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로, 부드럽고 향기로운 위스키를 생산하기로 유명합니다. 이름은 게일어 ‘Gleann Mòr na Sìth’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평온한 큰 골짜기’라는 뜻입니다. 현재 명품 브랜드 LVMH가 소유하고 있는 이 증류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역사와 유래

글렌모렌지의 증류의 역사는 1703년부터 농장의 잉여작물로 증류를 한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1738년 증류를 위한 건물을 세웠으며, 이 건물의 위치가 지금의 증류소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생산하던 양조장이었다고 합니다.

1843년 윌리엄 매더슨(William Matheson)이 모렌지 농장 인수하여 기존의 양조장을 위스키 증류소로 변경하면서 글렌모렌지 증류소가 탄생합니다.

1849년부터 증류시작하였고, 그 전까지 약 5년간 개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개조를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였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시설을 모두 갖추게 될 때까지 진행된 개조는 약 40년 후인 1887년에 끝났습니다.

1880년대에 자금이 부족하여 비피터 진을 생산하던 증류기를 가져와 중고로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긴 목(5.14 m)를 갖는 위스키 증류기 탄생일화입니다. 가장 목이 긴 증류기이기 때문에 ‘기린 높이의 증류기(Giraffe-high still)’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네요.

글렌모렌지는 이 별명에 따라서 기린을 이 증류소의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기린보호 사업에 지원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목이 긴 증류기는 증류과정동안 구리와 닿는 시간이 길어져 과일과 같은 화사하고 가벼운 향의 섬세한 위스키를 얻게 되며, 황과 같은 안좋은 성분이 많이 걸러져 깨끗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습니다.

1918년 하일랜드 퀸이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던 맥도날드 앤 무어로 넘어가게 됩니다. 1970년대까지 하일랜드 퀸의 블랜디드 위스키 원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2004년 하일랜드 퀸이 위스키 사업을 접겠다는 선언과 함께 자신들의 증류소 세 곳(글렌모렌지, 아드백, 글렌모레이)를 내놓았고, 이를 LVMH가 인수합니다. 이후 대대적인 리브랜딩 진행하여 현재의 글렌모렌지가 탄생하였습니다.

혁신과 전통의 조화

피니싱(Finishing)

글렌모렌지는 발베니(Balvenie)와 더불어 피니싱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증류소입니다. 발베니와 비슷한 시기인 1980년대 중반부터 피니싱을 실험하기 시작하였고, 1987년에는 올로로소 셰리 오크통에서 18개월을 추가 숙성한 제품(Glenmorangie 1963)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 설명에 쓰여진 finished라는 단어로 인하여 피니싱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당시 피니싱기술은 위스키업계에서 가장 큰 혁신기술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현재 이 증류소는 피니싱한 제품들을 핵심 라인업으로 만들어 내놓고 있습니다. 셰리 캐스크에 피니싱한 라산타(Lasanta), 포트 캐스크에서 피니싱한 퀸타 루반(Quinta Ruban), 소테른 와인 캐스크에서 피니싱한 넥타 도르(Nectar D’Or)가 그것입니다.

빌 럼스덴(Bill Lumsden)

‘위스키계의 윌리 웡카(Willy Wonka,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혹은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양조학 박사인 그는 1995년 글렌 모렌지에 입사해서 증류소 운영을 담당하여 현재까지 글렌모렌지 이사로 위스키 제조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는 글렌모렌지의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가 한 특별한 업적 중 하나는 ‘디자이너 캐스크(Designer Cask)’를 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버번 캐스크를 나무선정부터 제작과정까지 직접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무는 미국의 오자크산의 수령 100년 이상의 참나무로 제작합니다.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나무가 천천히 자라서 목질이 더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토스팅은 강하게하고, 챠링을 약하게 하여 제작합니다. 이 캐스크는 글렌모렌 시그넷(Signet) 등 현재의 이 증류소의 위스키를 숙성하는 캐스크로 쓰입니다.

몰트를 로스팅한 시그넷, 한정판으로 나온 증류소 주변 야생효모를 사용한 알타(Allta), 한정판으로 나온 주니퍼배리와 자작나무 껍질로 몰트를 건조시켜 만든 ‘A Tale of Forest’ 등 기존에는 없던 특이한 위스키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새롭게 지은 실험용 증류소 건물인 Lighthouse에서 위스키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렌모렌지의 등대
Light house의 모습

문양의 의미

위스키 라벨과 패키지 등에 사용된 문양은 스코틀랜드 박물관에 있는 8세기 말 픽트족이 제작한 ‘힐튼 오브 캐드볼 스톤(Hilton of Cadboll Ston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 돌은 스코틀랜드 북부 로스셔(Ross-shire) 지역에 위치한 힐튼 오브 캐드볼(Hilton of Cadboll) 마을에서 발견된 것으로, 9세기경 제작되었다고 추정되며, 픽트족(Picts)의 정교한 조각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입니다.

픽트족은 하이랜드지역에서 11세기까지 살았던 민족입니다. 이 피트족들을 막기 위해 남쪽의 브리튼족(Britons)은 하드리아누스의 방벽을 세웠을 정도로 호전적인 민족이었다고 합니다. 이 방벽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북쪽 방벽의 모티브가 됩니다. 이 픽트족을 몰아내기 위해 앵글로족과 색슨족을 불러오게되어 지금의 잉글랜드가 됩니다. 훗날 바이킹(Viking)족과 스코트족(Scots)들의 침략으로 11세기경 사라집니다.

바닷가쪽에 세운 이 돌은 바닷가쪽으로는 종교적인 문양이 있고, 내륙 쪽으로는 자신들의 생활을 담은 그림이 세겨져 있습니다. 글렌모렌지는 내륙면의 문양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채택하여, 병과 상자 전면 라벨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증류소의 곡창지대가 픽트족이 개척한 곳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함입니다.

독특한 장인 정신과 에피소드

글렌모렌지의 장인정신은 이른바 ‘테인의 16인(16 Men of Tain)’이라는 문구로 표현됩니다. 1920년대부터 50년간 증류소 매니저로 일한 고든 스마트(Gordon L Smart, 1895~1972)와 당시 함께 한 핵심인력 15명을 포함하여 명명하였습니다.

오늘날 증류소 관리자인 에드워드 톰이 이끄는 ’24 Distillers of Tain’은 2022년에 권위 있는 Whisky Magazine Icons of Whisky Awards에서 올해의 글로벌 증류소 관리자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처럼 이 증류소는 장인정신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군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Glenmorangie Original)

  • 캐스크 정보: 미국산 버번 오크통에서 12년간 숙성
  • 노즈: 시트러스, 바닐라, 복숭아 향
  • 테이스트: 과일, 꽃, 바닐라의 조화로운 맛
  • 피니시: 깔끔하고 부드러운 망고 여운

글렌모렌지 라산타 (Glenmorangie Lasanta)

글렌모렌지 라산타
  • 캐스크 정보: 미국산 버번 오크통에서 10년 숙성 후, 스페인산 올로로소 쉐리 및 페드로 히메네즈 쉐리 캐스크에서 2년 추가 숙성
  • 노즈: 감귤류, 스파이스, 초콜릿 향
  • 테이스트: 꿀, 생강, 커피, 호두의 풍미
  • 피니시: 긴 여운과 함께 오렌지, 헤이즐넛의 맛

글렌모렌지 퀸타 루반 (Glenmorangie Quinta Ruban)

글렌모렌지 퀸타 루반
  • 캐스크 정보: 미국산 버번 오크통에서 10년 숙성 후, 포르투갈산 루비 포트 와인 캐스크에서 4년 추가 숙성
  • 노즈: 샌달우드, 호두, 스파이스 향
  • 테이스트: 귤, 마시멜로, 블랙페퍼, 다크초콜릿의 조화
  • 피니시: 긴 여운과 함께 페퍼민트, 오렌지의 맛

글렌모렌지 넥타 도르 (Glenmorangie Nectar D’Or)

글렌모렌지 넥타도르
  • 캐스크 정보: 미국산 버번 오크통에서 14년 숙성 후, 프랑스 소테른 와인 캐스크에서 2년 추가 숙성
  • 노즈: 레몬 타르트, 시트러스, 바닐라 크림 향
  • 테이스트: 캐러멜, 라임, 생강, 육두구, 구운 아몬드의 풍미
  • 피니시: 레몬 제스트와 바닐라 크림의 섬세한 여운

글렌모렌지 시그넷 (Glenmorangie Signet)

글렌모렌지 시그넷

빌 럼스덴 박사가 취미로 즐기는 커피의 제조방식을 위스키에 접목시킨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몰트를 커피처럼 로스팅을하여 초콜릿몰트를 만들어 증류에 사용합니다. 또한 다음의 4가지의 위스키를 블랜딩하여 사용합니다.

  • 버번 캐스크에서 초코릿몰트를 사용하여 숙성한 위스키
  • 미국 Ozark 산에서 벌목한 오자크 캐스크에 숙성시킨 위스키
    *오자크 캐스크는 꿀, 코코넛, 호두와 같은 고소함과 달달함을 줌
  •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
  •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 후, 셰리피니싱을 한 위스키. 최고 35년가까이 숙성한 원액도 들어감.

이러한 블랜딩 때문에 블랜디드 몰트 위스키가 아니냐고 하지만, 빌 럼스덴 박사는 증류소의 원액에 대한 어셈블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싱글몰트로 내놓고 있습니다.

  • 캐스크 정보: 버번 캐스크와 쉐리 캐스크를 포함한 다양한 오크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하여 제작
  • 노즈: 다크 초콜릿, 에스프레소, 스파이스 향
  • 테이스트: 모카, 오렌지, 브랜디드 레이즌, 견과류의 깊은 맛
  • 피니시: 긴 여운과 함께 달콤한 스파이스의 마무리

결론

글렌모렌지 증류소는 앞으로도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킨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며,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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