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풍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는 숙성과정, 이 숙성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캐스크입니다. 이 캐스크의 종류에 따라서 숙성되는 위스키 풍미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참나무를 사용하는 이유
캐스크는 나무로 만들어진 통을 말하며, 흔히 참나무(Oak)를 활용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흔히 오크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크통은 사실 위스키의 숙성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과 코냑(Conac)등 다양한 서양의 술의 숙성시 사용되는 통인데요, 이처럼 캐스크에 참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풍미와 향을 강화하는 성분 함유
오크 나무에는 술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숙성 중에 위스키에 다양한 향과 맛을 더해주며, 특히 다음과 같은 성분들이 주로 풍미에 영향을 미칩니다.
- 리그닌(Lignin): 바닐라, 카라멜, 버터스카치
- 헤미셀룰로우스(Hemicellulose): 견과류, 과일, 플로럴
- 타닌(Tannin): 가죽, 향신료(스파이시 함), 쌉쌀함, 떫음
- 락톤(Lacton): 코코넛
2. 적당한 투과성
오크는 나무 결이 적당히 치밀하여 위스키가 지나치게 증발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미세한 기공을 통해 위스키가 공기와 적절히 접촉하게 해줍니다. 이로 인해 위스키가 부드러워지고 잡내가 사라지며, 불순물 제거하는 필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위스키가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의 공기투과성은 있기 때문에 미세산화를 통한 숙성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독소 방지
오크는 타 나무와 달리 수지나 독소가 거의 없는 나무입니다. 다른 나무는 숙성 과정에서 독성 성분을 방출할 수 있는 반면, 오크는 이러한 문제가 없어 위스키의 순수한 맛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내구성과 견고함
오크는 단단하면서도 유연성이 있어 캐스크를 제작하기에 적합하며, 장시간 숙성에도 변형이나 손상이 적습니다. 이로 인해 오랜 숙성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위스키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캐스크의 분류
캐스크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흔히 다음의 4가지로 정의가 되곤 합니다.
1. 나무의 종류
- 아메리칸(American) 오크
- 오늘날 위스키 생산업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약 90%)의 오크통에 사용된다.
- 풍미: 단 향(꿀, 캐러멜, 바닐라, 코코넛), 견과류(호두, 헤이즐넛, 아몬드), 향신료
- 유러피안(European) 오크
- 아메리칸 오크에 비해 더 많은 아로마가 생산되며, 주로 셰리 캐스크에 사용된다.
- 풍미: 향신료, 나무, 캐러멜, 시나몬, 오렌지, 말린과일(건포도, 건자두)
- 미즈나라(Mizunara) 오크
- 일본에서 사용하는 물참나무로서, 지나치게 부드럽고 미세한 구멍이 많아서 내용물이 새어나오거나 손상되기 쉽지만, 특유의 향이 있어 일본위스키에 주로 사용된다.
- 풍미: 정향, 배, 플로럴, 꿀, 사과, 바닐라, 향신료
2. 사용 횟수
- 버진(Virgin): 한 번도 술을 담지 않았던 것을 의미합니다. 오크와 스피릿의 풍미에 강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버번과 같이 숙성속도가 빠른 위스키를 숙성할 때 사용합니다.
- 퍼스트필(First-Fill): 기존의 술을 따라내고 처음으로 위스키를 채우는 것을 말합니다. 오크에 대한 풍미도 가지고 있지만, 기존에 담았던 술의 풍미를 강하게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앤트리급이라고 불리우는 위스키 숙성년도에 해당하는 10~15년 정도의 숙성에 적합합니다.
- 세컨드필(Second-Fill): 퍼스트필 캐스크를 사용하고 다시 위스키를 채우는 것을 말합니다. 오크와 기존 술에 대한 풍미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20년 이상의 고숙성 위스키를 만들기에 적합합니다.
- 써드필(Third-Fill): 세컨드필 캐스크를 사용하고 다시 위스키를 채우는 것을 말합니다. 더이상 오크와 담았던 술의 풍미를 갖기 힘들기 때문에 내부를 다 긁어낸 후 다시 태워서 사용합니다. 버번캐스크와 비슷한 풍미를 만들 수는 있지만,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리필용으로 쓰입니다.
3. 담았던 술
대표적으로는 셰리와인과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캐스크가 있습니다. 이 밖에 포트, 마데이라, 코냑, 럼 등의 술을 담았던 캐스크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캐스크들은 기존에 담았던 술이 가지고 있던 풍미를 추가하기 때문에 위스키의 풍미를 보다 풍부하게 하는데 유리합니다.
4. 크기
오크통은 크기에 따라서 불리는 명칭이 있습니다. 크기가 작을수록 위스키 원액의 단위용량당 오크통이 닿는 면적이 많기 때문에 숙성이 빠르지만, 그만큼 증발량이 많습니다. 크기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이 중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캐스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버트(Butt)
- 용량: 약 500리터
- 특징: 주로 셰리 숙성에 사용되며, 큰 용량 덕분에 위스키가 천천히 숙성되어 풍미가 깊고 복합적입니다.
- 대표적 사용처: 셰리 캐스크를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셰리 향이 짙게 배어나는 위스키에 주로 사용됩니다.
혹스헤드(Hogshead)
- 용량: 약 225~250리터
- 특징: 중간 크기의 캐스크로, 주로 아메리칸 오크를 사용해 버번 위스키를 숙성한 후 스카치 위스키 숙성에 재사용됩니다.
- 대표적 사용처: 위스키 산업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며,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를 위스키에 부여합니다.
배럴(Barrel)
- 용량: 약 180~200리터
- 특징: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기 위한 표준 크기의 캐스크로, 미국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 대표적 사용처: 바닐라와 카라멜 풍미를 더해주는 아메리칸 오크 버번 배럴은 스카치 위스키 숙성에도 재사용됩니다.
쿼터 캐스크(Quarter Cask)
- 용량: 약 50~60리터
- 특징: 소형 캐스크로, 숙성 속도가 빨라 오크의 풍미가 강하게 배어들어 단기간에 강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 대표적 사용처: 짧은 기간 내에 깊은 오크 풍미를 더하고자 할 때 사용됩니다.
핀(Pin) 및 옥타브(Octave)
- 용량: 핀은 약 20~30리터, 옥타브는 약 40리터
- 특징: 소형 캐스크로, 아주 빠르게 숙성되며 오크의 향이 매우 짙게 배어듭니다.
- 대표적 사용처: 특별한 실험적 숙성이나 독특한 풍미를 강조하고자 할 때 주로 활용됩니다.
정리
위스키의 제조에 있어서 마무리 단계는 숙성이며, 그 숙성에서 위스키의 풍미를 제일 먼저 결정하는 것은 캐스크입니다. 그렇기에 캐스크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카발란에 사용되는 ‘Vino Barrique’는 와인을 담았던 바리크 크기의 오크통이라는 것, ‘Bourbon Hogshead’라는 것은 버번을 담았던 혹스해드 크기의 오크통이라는 것은 이제 쉽게 알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위스키가 이 숙성년수에서 어떠한 풍미를 가지고 있을지를 예측해보는 재미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