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으로 본 위스키 소비특징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해외에서 수입됩니다. 따라서 위스키 시장의 변화를 분석할 때 수입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2021년까지의 위스키 수입액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해 한눈에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소하는 위스키 시장
과거 한국에서 위스키는 주로 접대용이나 선물용으로 인식되었고 고가의 주류였기 때문에, 2018년 김영란법 도입 후 위스키 소비가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는 위스키 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바(Bar)나 주점에서 주로 소비되던 위스키는 이들 영업장 폐쇄로 인해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줄어들었으며, 선물 문화도 제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0년까지 위스키 판매량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2. MZ세대의 개입으로 커지는 위스키 시장
2021년, 위스키 시장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김영란법이 폐지가 된 것도 아니고,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닌데 위스키의 판매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M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가 위스키를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다음의 그림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에서 2021년간의 위스키 소비액의 변화를 살펴보면, MZ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는 증가하는 반면, 40~50대는 감소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사이에 늘어난 위스키 총 소비액(2020년 대비 약 1.3배)을 생각해보면 젊은 세대들이 1년 동안 얼마나 많이 위스키를 소비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위스키의 용량별 가격입니다. 위스키의 소비액을 소비량으로 나누면, 그 값이 2021년 톤(ton)당 11000달러로 이전대비 1.5배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MZ세대들이 주도하는 시장이 됐다는 사실로 볼 때, MZ세대들도 비싼 위스키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소비패턴과 관련해 ‘선취력*’과 ‘가심비**’라는 단어가 생긴 것도 가격보다는 본인의 만족과 행복을 더 생각하는 MZ세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선취력: 남들보다 희귀한 물건을 먼저 구매하는 능력을 의미
**가심비: 가성비 반대말로 가격보다 심리적 만족이 더 중요한 것을 의미
MZ세대로부터 위스키가 각광받는 이유
1. 변화하는 음주 문화에 적합한 술
과거의 음주 문화는 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맛과 향을 즐기며 음식을 곁들이는 음주 문화로 변화했습니다. 특히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의 확산은 위스키를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위스키 시장이 오히려 새로운 소비 패턴 덕분에 활기를 찾은 것입니다.
2. MZ세대의 소비성향에 부합하는 술
위스키가 MZ세대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은 바로 오픈런입니다. 오픈런은 Open과 Run의 합성어로, 희귀한 물건을 구하고자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뛰어가 물건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MZ세대들이 위스키를 오픈런을 하는 이유는 선취력과 가심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때문입니다. ‘희귀한 물건을 내가 남들보다 먼저 구했다!’라고 풀어쓸 수 있겠죠.
일단 위스키로 살펴보자면, 위스키는 공장에서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제품이 아닌, 증류소에서 적은 인원으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만들어 내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작업 인원이 대폭 감소하고,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면서 위스키의 수입량 자체가 적어졌고, 거기에 싱글몰트 위스키(한 곳의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가 블랜디드 위스키(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섞은 위스키)에 비해 더 품귀현상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구하기 어려우니 시장에 나오는 제품들은 일반 가격보다 웃돈을 붙여서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마트에서 행사로 나오는 이 위스키들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위스키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MZ들이 생각하는 가심비에 해당하는 ‘구하기 힘든 물건을 내가 구했다!’는 부분의 ‘구하기 힘든’에 해당하는 것은 구하기 힘든 물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MZ들은 각자의 니즈(Needs) 안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로 인한 위스키 시장 변화
1. 광고모델의 변화
한국 위스키 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젊은 세대들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광고모델을 보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이 주류의 광고를 맡았던 연예인들은 장동건, 이정재, 정우성, 이병헌 등과 같은 ‘성공한 멋진 중년의 남성’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었습니다. 이렇듯 과거 위스키는 중년의 남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누가 광고를 할까요? 블랙핑크의 리사, 래퍼 지코, 가수 씨엘, 샤이니의 민호와 같이 MZ세대에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젊고 트랜디한 연예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연령대가 확 낮아진 것은 물론 더 이상 위스키가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젊은 여성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사 같은 경우는 아시아 전체 공식모델일 정도이니, 세계적으로 위스키가 젊은 세대들에게 주목 받고 있음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이들의 광고제품인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은 세계 1위, 2위, 5위의 제품들이니 위스키 업계에서 젊은 층이 주 소비자가 됐다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2.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의 등장
이러한 위스키 업체들은 단순히 모델만으로 MZ세대의 주목을 끌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제품 자체를 젊은 소비자에게 맞추어 바꾸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제품들은 12년 숙성을 일반적인 엔트리급(입문급)으로 지정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기성세대에 비해 부족한 점과 위스키 원액을 그대로 즐기기보단 하이볼, 칵테일로 만들어 먹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발렌타인을 비롯해 많은 위스키 회사에서 12년보다 더 낮은 숙성년도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단가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전략을 펼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바로 ‘가심비’를 자극하는 것인데요. 버번위스키 3대장 중 하나라고 알려진 와일드터키에서는 고숙성인 13년산 위스키를 생산한 후, MZ세대들을 겨냥한 컬러풀하면서 힙한 패키징을 선보였고, 시바스리갈의 상위라인인 로얄샬루트는 미술작가 크리스티아나 S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개성 있는 패키징을 만들어 MZ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리
위스키는 더 이상 중년 남성의 술이 아닙니다. MZ세대의 참여로 인해 위스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위스키는 그들의 소비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선취력과 가심비를 자극시키는 싱글몰트와 MZ세대들의 구매력을 고려한 저가 위스키에 대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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