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인기는 여전한가?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Yes’ 입니다. 많은 언론에서 위스키의 인기가 한 풀 꺾였다고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위스키에 대한 소비 트랜드가 바뀐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저번 트랜드 포스팅이었던 ‘2023년 위스키 트랜드: 위스키는 왜 MZ의 술이 되었는가?‘에서 위스키가 2030세대들에게 큰 어필이 되면서 폭발적인 수요증가와 함께 시장이 증가되었다는 것을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포스팅에서는 2021년까지의 관세청 수입량과 세대별 소비량 변화를 통한 데이터를 통해 이에 대해 설명을 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관세청의 위스키 수입량 그래프를 2023년까지 근 10년간 데이터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이 그래프에서 눈여겨 볼 점은 위스키의 수입량이 처음으로 3만 톤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는 것입니다. 또, 기타 위스키라는 항목의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이를 토대로 토대로 위스키 트렌드를 설명해 볼까요?
1. 위스키의 라이벌은 소주일까?
위스키는 여러분들이 아시는대로 증류주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하게 느껴지는 소주가 위스키의 라이벌이고, 소주의 시장을 위스키가 뺏고 있을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더이상 서민의 술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진 소주의 가격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소주를 가게에서 사마시는 대신 자기가 마시고 싶은 와인이나 위스키를 식당에 가져와서 일정 비용을 내고 마시는 콜키지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스키의 라이벌은 예상외로 소주가 아닙니다. 이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앞서 보여드렸던 그래프에서 2023년도 수입량과 수입액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3년도 기준으로 위스키의 수입량은 최고치를 갱신했으나, 위스키 수입액은 전년도보다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가의 위스키가 많이 팔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가 위스키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MZ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2023년 트랜드 포스팅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이볼 열풍과 시장의 변화
하지만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는데요, 이는 저가 위스키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칵테일인 ‘하이볼’의 열풍때문입니다. 하이볼에 대한 내용은 다른 포스팅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하이볼은 위스키를 보다 캐쥬얼하게 즐기기 위해 마시는 칵테일이기 때문에, 위스키의 풍미를 집중하면서 마셔야 할 만큼의 금액대가 높은 위스키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가게에서도 판매하기 위해서는 높은 금액대의 하이볼은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도 저가의 위스키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하이볼과 대립되는 주종은 바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로 ‘맥주’입니다. 위스키가 열풍을 일으키기 전까지 열풍이었던 주종은 바로 수입맥주였습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4캔에 만원도 안하지만 맛은 국내 대형 주류회사에서 만드는 맥주보다 다양한 맛을 내는 수입맥주는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2019년도 대형마트 기준으로 수입맥주는 전체 주류의 20%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반면 위스키는 당시 4~5%정도의 매출액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기준 위스키가 13%, 수입맥주는 12.9%로 변경되며 수입맥주를 역전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맥주의 시작을 뺏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볼 덕분에 인기를 얻은 음료?
하이볼에 들어가는 것은 위스키만이 아닙니다. 탄산음료도 항상 같이 들어가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토닉워터입니다. 이 토닉워터는 하이트진로음료라는 회사에서 만듭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색 병 소주를 만드는 대기업인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이지요. 맥주와 소주를 제조하는 하이트진로는 위스키 열풍으로 국내에서 소주 맥주의 인기가 감소함에 따라 연이어 지지부진한 주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음료는 작년에 역대 최대 매출을 찍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26% 증가한 1418억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이런 매출을 기록할 수 있게 해준 효자 상품이 116%의 매출 상승을 기록한 토닉워터라고 합니다.
하이볼 열풍은 하이볼 캔이라는 제품군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편의점에는 어떤 술을 넣었는지도 잘 모르겠는(?) 다양한 라인업의 하이볼 캔들이 출시됐으며 하이볼 위스키 세계 판매량 순위권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짐빔(jim beam)에서는 세대 통합을 모토로 하이볼 캔 제품 광고를 만들기도 했죠.
하이볼이라는 음료는 이제 웬만한 주점에서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질뿐더러 고깃집이나 일반 식당에서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습니다.
2. 기타위스키의 증가
포스팅 처음에 있는 위스키 수입량 그래프를 살펴볼까요?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는 2020년부터 위스키의 수입액 중에서 스카치 위스키가 늘어나는 것보다 가파르게 기타위스키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관세청의 분류방법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관세청의 위스키 분류법
관세청은 위스키를 4가지(스카치, 버번, 라이, 기타 위스키)로 나누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드는 위스키이거나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버번위스키를 제외하면, 재료로 따로 분류되는 것은 호밀로 만들어지는 라이위스키 뿐입니다. 즉, 스코틀랜드나 미국 외의 나라에서 만들어지거나 호밀 이외의 주재료로 만들어진 위스키는 모두 기타 위스키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위스키 5대 국가 중 무려 3개나 구분되지 않는 것이죠.
더구나 위스키는 이 5대국가 말고도 굉장히 다양한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위의 국가 중 어떤 나라가 위스키를 만들지 않는 국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없다’입니다!
세계에는 위스키를 만드는 국가들이 정말 다양하며 그 역사가 짧음에도 좋은 품질의 위스키를 만드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이라는 음료는 인간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인 음료이고(정치나 종교적으로 현재 음주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증류 기술 또한 대부분 국가가 갖고 있는 기술이며, 이중 특정 곡식으로 만든 증류주를 숙성하면 위스키가 되는 것이니, 위스키를 만드는 국가가 꽤 많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위의 국가들 중 위스키 입문자 분들은 의외라고 생각하실 만한 국가는 아마도 인도와 대만일 것 같습니다. 인도는 특히 정수기 물도 믿지 말라고 할 정도로 물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나라이죠^^.. 그럼에도 인도 위스키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위스키를 소비하는 양으로는 전 세계 1등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생산량도 세계 1위라고 하니 충분히 위스키의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인도 위스키에 대한 것은 다른 포스팅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다양한 위스키들이 모두 기타위스키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타위스키의 소비량은 왜 늘어난 것일까요?
기타위스키의 증가 이유1: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해
첫 번째 원인은 위스키를 즐기던 사람들이 기존의 위스키가 아닌 새로운 위스키를 찾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유명한 위스키를 충분히 즐겨본 사람들이 또 다른 새로운 맛을 찾고자 자신들이 마시던 위스키 취향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죠. 이는 자기의 개성과 특별함을 중요시하는 MZ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의 위스키들이 알려진 계기가 됐습니다.
기타위스키의 증가 이유2: 다시 떠나게 된 해외여행
또 다른 원인은 해외여행을 다시 가게 됐다는 겁니다. 2023년도 트랜드 포스팅에서 위스키의 인기가 증가한 대표적인 원인이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혼술 하는 문화가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설명드렸었습니다. 이때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사거나 해외에서 현지 술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죠. 이 해외여행이 3년 만에 재개되고, 그동안 쌓아 온 위스키력(?)이 더해져 자신이 여행 가는 나라에서 술을 사기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의 위스키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겁니다. 이러한 트랜드를 반영해서 최근 여행사들은 위스키 여행상품들까지 내놓기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정리
위스키에 대한 인기가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는 언론에서도 위스키 광풍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어 졌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위스키의 인기가 꺾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위스키가 사람들의 삶에 충분히 스며들어서 일상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MZ들이 구매력이 갖춰지는 시간이 될 때까지 하이볼의 판매량은 꾸준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이볼이 워낙 다양한 구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만큼 굉장히 다양한 하이볼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되고(수입맥주가 늘어나던 패턴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MZ들이 구매력을 갖추게 되는 3040세대가 되면 또 한번의 위스키 시장의 증가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현재까지 광풍이 불지 않고있으면서, 구매가격도 높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해외 셉럽들이 증류소를 인수하고 있는 버번의 경우에는 앞으로 인기가 점점 더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