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5대 국가3: 아메리칸 위스키

위스키 5대 국가 꼽으면 보통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순으로 나열을 합니다. 역사와 생산량을 토대로 순위를 꼽는 것인데요,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원조를 다투는 나라이면서 생산량도 1~2위를 다투고 있으니 부동의 1위임에는 변함이 없으나, 요즘은 아일랜드와 미국을 두고 2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원조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가 서로 다투고 있지만, 아일랜드의 위스키 생산량은 미국의 위스키 생산량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위스키 5대 국가 중 위스키 생산량은 2위인 나라입니다.

아메리칸 위스키들은 보리가 아닌 다양한 곡물들로 위스키를 생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밖에도 호밀로 만들어진 라이(Rye) 위스키, 밀로 만들어지는 위트(Wheat) 위스키 등 다양한 그레인 위스키를 생산하고, 그 중 옥수수로 만들어지는 버번(Bourbon) 위스키가 가장 많은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국 위스키의 역사를 설명하다 보면 당연하다시피 버번의 역사를 설명하게 됩니다.

아메리칸 위스키의 탄생: 미국의 식민지 역사

마나하크타니엔트(Manahachtanienk)

미국으로 건너온 영국의 이주민들은 현재의 원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자신들의 술인 위스키를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증류기술이 없던 원주민들에게는 위스키는 너무 독한 술이었고, 이 독한 술을 먹고 취해 이주민들이 모여있는 섬을 원주민들은 ‘미친 자들의 섬’이란 뜻으로 마나하크타니엔트(Manahachtanienk)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혹시 이 섬이 오늘날 어딘지 감이 오실까요? 이 섬이 바로 뉴욕의 맨해튼(Manhattan)입니다.

뉴욕 맨하튼의 명소들

최초의 아메리칸 위스키: 라이 위스키

영국의 이주민들이 취할때까지 마셨다는 그 위스키는 당시 보리로 만들어진 스카치나 아이리쉬 위스키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당시 개척자들이 정착한 미국 북서부 지역에는 보리가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밀은 많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라이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1640년 뉴암스테르담(현재의 뉴욕)에서 식민지 감독관이던 William Kleft가 라이위스키를 주문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참고) 라이 위스키는 스파이시하고 풀내음이 많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번의 탄생

미국의 개척자들이 남부쪽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옥수수가 풍부하게 자라는 현재의 켄터키주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지역의 옥수수가 수확량이 너무 많다보니 저장 및 처리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옥수수를 보다 저장하고 운반하기 쉬운 형태로 변경하기 위해 잉여곡물을 증류해서 술을 만든 것이 버번의 시초라고 합니다.

위스키 반란

1700년대 후반, 독립전쟁에 사용된 부채를 막기 위해 라이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자 대형 위스키 사업자였던 조지 워싱턴은 대형업자에게는 갤런당 6 센트, 소형사업자에게는 갤런당 9센트의 위스키세를 책정합니다. 당시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았던 미국은 술을 멀리 판매하기 위해서는 위스키 형태의 증류주를 만들 수 밖에 없었고, 또한 대부분의 농부들은 잉여곡물로 위스키를 만드는 소규모사업자였기 때문에 많은 농부들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1794년 반란을 일으켰고, 이 반란을 ‘위스키 반란’이라고 합니다. 당시 조지 워싱턴이 민병대를 이끌고 직접 진압하였다고하며, 이 반란이 연방 정부 성립 후 최초의 반란이었다고 합니다.

버번으로 알아보는 아메리칸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들은 주 재료(전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곡물)에 따라서 라이(Rye)나 위트(Wheat) 위스키라고 불리는데, 왜 버번은 옥수수로 만들어진 위스키인데 콘(Corn) 위스키라고 부르지 않는 것일까요?

버번과 콘 위스키가 다름을 보여주는 그림

이름의 유래

이 버번의 이름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영국인들의 이주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은 후에 전쟁을 통해 미국이라는 독립 국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이때 함께 싸워 준 프랑스의 국왕인 루이(Louis) 16세와 그를 원조해 준 왕가인 부르봉(Bourbon) 가문을 기리고자 켄터키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루이빌(Louisville)이라 하고, 주 농작물인 옥수수가 나오는 넓은 지역을 부르봉의 영어 발음인 버번을 이용해 버번 카운티라 부르게 됩니다.

이 버번 카운티는 너무나 많은 옥수수가 생산되다 보니 그 남은 옥수수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양의 위스키를 만들어 팔았고, 이 위스키를 오하이오강을 이용해 미국 전역에 팔았다고 합니다. 이때, 오하이오 강을 따라 위스키를 팔러 갈 때는 무동력 배를 이용했기 때문에 3~4개월의 운송 시간이 걸렸으며, 이 위스키가 어디서 나오는 위스키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오크통에 버번이라는 글씨를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긴 운송 시간만큼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의 사람들은 그것을 지역이 아닌 제품의 이름으로 생각하여 버번 위스키라고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이 위스키는 오하이오강 끝 쪽인 뉴올리언스에 있는 술집들이 모인 유흥가에서 굉장히 많이 팔렸는데요. 이 거리는 위스키의 이름을 따서 버번스트리트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름의 유래로는 뉴올리언스에서 켄터키 위스키를 가장 많이 소비한 곳이 버번스트리트라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이름을 빌려 켄터키주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를 버번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과거 버번 위스키를 나르던 너벅선(Flatboat)과 이를 기념하고자 만들어진 플랫보트 버번위스키

버번의 정의(=아메리칸 위스키의 정의)

이렇게 인기 있던 버번은 이 켄터키주에서 95% 이상을 생산하게 됩니다. 위스키 5대 국가 중 위스키를 2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미국의 대부분의 위스키가 버번이니, 켄터키주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버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상상이 되실까요?

아메리칸 위스키 중 버번에 대해 국내에서 입문 3대장이라 불리우는 브랜드의 사진
국내에서 버번 입문 3대장이라 불리우는 브랜드

이 버번을 규정하는 것을 기억하기 쉽도록 3대 버번 중 하나로 유명한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의 마스터 디스틸러(증류에 대한 최고 책임자)인 대니 포터는 A~G까지의 알파벳을 사용하여 설명했습니다. 이 중 C만 제외하면 모든 미국 위스키의 규정이 동일합니다. 매쉬빌(곡물 배합)의 51% 이상이 옥수수면 버번, 호밀이면 라이, 밀이면 위트라고 규정하기 때문이죠.

이 규정에서 스카치 위스키와 다른 점을 혹시 찾으셨을까요? 먼저 3년 이상의 숙성이 기준인 스카치 위스키와는 다르게 미국의 위스키에는 숙성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월급처럼 원액이 오크통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위스키로 인정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위스키의 품질을 보증해줄 방법은 없는 걸까요?

품질규정1: 스트레이트(Straight)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병에 적힌 스트레이트(Straight)입니다. 이 단어는 2년 이상 숙성한 미국 위스키에 붙일 수 있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2년~4년의 기간을 갖는 스트레이트 위스키에는 그에 해당하는 숙성연도를 적게 돼 있습니다.

4년 이하로 숙성한 스트레이트 미국 위스키는 의무적으로 숙성연수를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스트레이트 위스키에는 숙성연도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4년 넘게 숙성을 한 위스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품질규정2: Bottled in Bond

본드(Bond)의 뜻이 정부가 관리하는 보세창고를 의미합니다. 1800년대 위스키에는 위스키에 여러가지 첨가물을 넣어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정부에서 정한 규정입니다. 이 문구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원산지를 표기해야 한다.
2. 알코올 도수가 100 proof(50%)여야만 한다.
3. 최소 4년 이상 숙성하여야 한다.(Straight 조건을 무조건 만족)
4. 제품의 원액은 같은 증류소에서 같은 시기에 생산한 것만 사용해야 한다.

버번과 콘(Corn) 위스키의 차이

콘 위스키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옥수수를 80% 이상 써야 한다.
2. 숙성이 의무화 되지 않으나, 재사용 오크통을 사용하여야 한다.
3. 숙성시 새 오크통을 사용할 경우 내부를 태워서는 안된다.

숙성이 의무화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오크통의 차이에서 버번과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Straight나 Bottled in bond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테네시 위스키와의 차이

버번 위스키와 가장 많으 비교되는 위스키가 테네시 위스키입니다. 테네시주에서 관리하는 위스키로서 테네시 위스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테네시주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2. 곡물 재료 중 옥수수가 51% 이상이어야 한다.
3. 증류한 원액의 알코올도수가 160 proof (80%)를 넘으면 안된다.
4. 불에 그을린 새 오크통만을 사용해야 한다.
5. 숙성을 하기 전 단풍나무 숯 필터로 여과작업을 해야한다.
6. 오크통에 들어갈 때의 알코올도수는 125 proof (62.5%)를 넘으면 안된다.
7. 병에 담길 때의 알코올 도수가 40% 미만이면 안된다.

이 중 가장 큰 차이점이자 버번이 아닌 테네시 위스키로 분류되는 규정은 5번 규정입니다. 링컨카운티 프로세스(Lincoln County Process) 혹은 ‘차콜 멜로잉(Charcoal Mellowing)’이라는 과정으로 단풍나무 숯으로 채워진 통에 증류된 위스키 원액을 부어 여과시키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기존 버번에 비해 더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를 지니게 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테네시 위스키인 잭다니엘스 Old No.7

정리

버번 위스키는 바닐라 혹은 바나나의 달콤한 향과 맛, 향신료에서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타격감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 위스키의 경우 향신료의 매운 맛과 풀내음이 느껴지는 위스키입니다. 위트 위스키의 경우 고소한 곡물의 느낌과 부드러운 맛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버번 위스키를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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