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두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 위치한 증류소로,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로로소 셰리캐스크를 사용한 풀셰리 위스키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증류소의 역사는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어두운 작은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탐두 증류소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역사 및 창립배경
탐두 증류소는 1896년,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산업을 주도하는 여러 증류소들의 협력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 컨소시엄에는 윌리엄 그란트 앤 선즈(William Grant & Sons), 존 워커 앤 선즈(John Walker & Sons), 존 듀어 앤 선즈(John Dewar & Sons) 등 당대 유명한 증류소들이 참여했습니다. 오늘날의 가치로 2000만 파운드(약 한화 350억)의 돈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형성한 목적은 블랜디드 위스키에 품질 높은 원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체 증류소를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 증류소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탐두 증류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당대 유명한 건축하였던 찰스 도이그(Charles Doig)와 함께 지었으며, 스페인에서 건너오는 셰리 캐스크를 운반하기 위한 철도를 설치하는 등 효율적인 시설들이 자리잡았습니다.
이 증류소는 독특하게도 모든 위스키 숙성에 셰리 캐스크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는 위스키의 풍부한 맛과 독특한 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1897년 첫 증류를 시작했으나, 초기 컨소시엄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윌리엄 그란트 앤 선즈가 2년도 안되서 재정적 이유로 먼저 탈퇴하며 컨소시엄은 점차 해체되었습니다. 이후 ighland Distillers Co. Ltd.에 인수되었습니다.
1911년부터 2년간 모종의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1927년부터는 금주법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은 것이 약 20년간 유지가 됩니다. 1947년 증류소를 개장하며, 그 2년 뒤에는 기존의 플로어 몰팅 방식을 현대화한 프랑스 발명품인 살라딘(Saladin) 박스를 도입하고 이후 10개로 확장, 증류기를 한 쌍에서 세 쌍으로 늘리는 등 사업을 확장시켜 갑니다.
1980년대 위스키 산업이 침체되며 점점 생산량이 감소하던 탐두는 1999년 Edrington Group에 인수되었습니다. 2009년, Edrington Group은 탐두를 폐쇠하려 하였으나, 2012년에 이안 맥클라우드(Ian Macleod)가 인수하면서 안정된 성장 궤도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안 맥클라우드는 창립 초기의 원칙이었던 셰리 캐스크만 사용하는 전통을 계승하며, 오늘날까지 이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특징
이 증류소의 위스키는 엄격한 셰리 캐스크 제작 과정과 이로 인한 독특한 향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셰리 캐스크는 스페인의 갈리시아(Galicia) 지역에 위치한 참나무 숲에서 약 100년 이상 자란 참나무를 벌목하여 만듭니다. 단순 벌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참나무 자원을 관리하며, 벌목 후에는 새로운 묘목을 심어 자연을 보전합니다. 벌목된 참나무는 스페인 루고(Lugo)에 있는 제재소에서 판으로 가공된 후, 헤레스(Jerez) 지역의 쿠퍼리지에서 2년간 자연 건조됩니다. 열풍 건조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연 건조가 나무의 향미를 더 잘 보존한다고 판단하여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 건조된 판을 활용해 캐스크를 제작한 뒤, 캐스크는 토스팅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이 캐스크에 약 5년간 숙성된 올로로소 셰리(Oloroso Sherry) 와인을 추가로 2년간 숙성시켜, 탐두 위스키만의 독특한 향을 머금은 시즈닝 캐스크가 완성됩니다. 이처럼 6년에 걸친 복잡하고 정밀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셰리 캐스크는 대부분 퍼스트 필(1st fill)로만 사용되며, 이 증류소의 특징인 100% 풀숙성 셰리 위스키 생산에 사용됩니다.
주요제품
탐두 12년(Tamdhu 12 Year Old):
- 향(Nose): 풍부하고 매혹적인 향으로, 시나몬 롤, 오렌지 사탕, 신선한 오크, 건포도, 그리고 은은한 민트 향이 어우러집니다.
- 맛(Palate): 부드럽고 실키한 질감이 입안을 감싸며, 바나나, 베리 잼, 몰트 비스킷, 그리고 클래식한 셰리 오크의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 피니시(Finish): 길고 균형 잡힌 마무리로, 향신료, 건과일, 스코틀랜드 태블릿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며, 마지막에는 아주 미묘한 피트 스모크의 흔적이 남습니다.
탐두 15년(Tamdhu 15 Year Old):
- 향(Nose): 사과 페이스트리, 향신료를 더한 건포도, 오렌지 제스트의 향이 지배적이며, 파인애플과 펜넬의 노트가 더해집니다.
- 맛(Palate): 신선한 살구와 생동감 있는 라즈베리의 맛이 두드러지며, 레몬 타르트와 아몬드의 풍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 피니시(Finish): 보람찬 긴 여운으로, 몰트 비스킷, 크림 셰리, 바닐라의 맛이 이어집니다.
탐두 18년(Tamdhu 18 Year Old):
- 향(Nose): 풍부한 다크 프루트의 향으로, 잘 익은 체리와 자두의 노트가 두드러지며, 상큼한 시트러스 노트가 너티한 밀크 초콜릿과 허니 베이크드 오트의 풍미를 가로지릅니다.
- 맛(Palate): 신선한 레드 애플의 맛이 나타나며, 건과일과 함께 시나몬, 바닐라, 브라운 슈거의 달콤한 향신료가 더해집니다.
- 피니시(Finish): 길고 지속적인 마무리로, 향신료를 더한 스튜드 애플과 셰리의 뚜렷한 힌트가 남습니다.
정리
탐두 증류소는 풀숙성 셰리캐스를 사용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증류소입니다. 셰리 캐스크도 여러 종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스페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만 사용하고 있는 정말 고집스러운 증류소 입니다.
본 포스팅에는 핵심 라인업인 12, 15, 18년의 제품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한정수량으로 생산되는 시가몰트 시리즈도 상당히 좋은 평을 얻고 있습니다. 시가와의 페어링을 염두하여 설계된 제품으로, 시가커터까지 함께 제공해주는 시가몰트 시리즈도 즐겨본다면, 탐두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