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어(Bowmore) 증류소는 1779년에 설립되어 아일라(Islay) 섬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수세기에 걸쳐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결합하며 독특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생산해왔습니다. 이름이 Loch Indaal 암초에서 유래되었거나 북유럽어로 가라앉은 바위를 의미하는 “bogha mor”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진 이 증류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창립배경 및 역사
연도별 주요사건
- 1766년: 기업가인 데이비드 심슨(David Simson)이 토지임대권을 취득하고, 밀주를 생산함.
- 1779년: 보모어 증류소 설립.
- 1837년: 윌리엄과 제임스 무터(William and James Mutter)가 증류소를 인수하여 상업적 규모로 확장.
- 1887년: 존 벨 셰리프(John Bell Sherriff)가 증류소를 £20,000에 인수하여 보모어 증류소 회사(Bowmore Distillery Company) 설립.
- 1892년: 약 30년동안 4명의 투자자로 이루어진 런던 컨소시엄(The London Consortium)이 소유.
- 1925년: 셰리프 가문이 증류소를 재인수하여 15년간 운영.
-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공군(RAF)에 의해 증류소가 점령되어 3년간 위스키 생산 중단.
- 198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보모어를 방문하여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를 처음으로 공식 방문.
- 1993년: 블랙 보모어(Black Bowmore)의 첫 릴리즈가 생산됩니다.
- 1995년: 3년 연속으로 여왕의 우수상(Queen’s Excellence Award)을 수상.
- 2012년: 54년 숙성된 ‘The 1957’을 출시하여 아일라 싱글 몰트 중 가장 오래된 제품으로 기록.
이 증류소는 이러한 풍부한 역사를 통해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이어오며,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Noble & Co가 실시한 2023년의 독립 연구에 따르면 보모어는 세계에서 가장 수집가가 많은 싱글 몰트 위스키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왕실과의 관계
이 증류소는 왕실과의 관계가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41년, 왕실 가족이 머무는 성인 윈저성에서 아일라 섬의 지주였던 월터 프레데릭 캠벨(Walter Frederic Campbel)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아일라 최고의 위스키 오크통을 보내달라’라는 내용이었던 이 편지로 인해 그는 위스키 한 통을 보내는데, 그 위스키가 보모어였다고 합니다.
후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이를 생각하여 이 증류소를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 처음으로 방문하였던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보모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한 날에 생산한 스피릿을 숙성하여 여왕의 캐스크(Queen’s Cask)라 명명하여 특별관리 하였고, 여왕의 즉위 50년이 되는 골든 주빌리에 이 캐스크의 위스키를 모두 수작업으로 병입하여 왕실에 기증하였다고 합니다. 이 648병의 위스키는 여왕이 공식 만찬에 사용하거나 자선단체에 해마다 3병씩 기부하여 자금마련에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군과의 관계
앞선 역사를 생각해보면, 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40년에 보모어는 군이 사용하게 되어 3년간 생산이 중단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로 20년 후인 1963년, 이 증류소는 새롭게 증류기와 보일러를 교체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보일러의 무게만 18톤이 넘어 대형 선박이 오가지 않던 아일라섬에 가져올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군에 긴급지원 요청을 했고, 군은 과거 세계대전때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보모어의 요청을 받아들여 육해군 합동작전을 했다고 합니다.
작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육군이 군용 트럭을 활용해 증류기와 보일러를 해군기지가 있는 루(Rhu)항구에 보내준 뒤, 그곳에서 아일라섬까지 해군함정으로 옮겨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작전내용이었으나, 함정이 아일라섬에 도착한 뒤 조수가 낮아 쉽게 진입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때를 봐가며 상륙작전을 계속 시도하여 아일라섬에 도착한지 24시간만에 보일러와 증류기를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블랙보모어
육해군 합동작전으로 어렵게 설치된 보일러와 증류기에 대한 내용을 기념하고자, 1964년 11월 5일에 이 설비로 나온 첫 스피릿을 특별한 숙성방법으로 숙성하여 한정판 위스키를 만듭니다. 이 특별한 방법은 유명 셰리 양조장인 윌리엄스 앤 험버트(Williams Humbert)에서 월넛 브라운 올로로소 셰리를 숙성한 퍼스트필 캐스크만을 선정하여 숙성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캐스크로 인하여 위스키 색이 간장처럼 진한 색상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나온 한정판 위스키가 위스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수집용으로도 유명한 블랙 보모어(Black Bowmore)입니다.
이 위스키는 1993년 29년 숙성으로 2천병, 1994년 30년 숙성 2000병, 1995년 31년 숙성 1800병이 각각 1st, 2nd, 3rd 에디션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이 위스키는 £80~100 (한화 약 12~15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st 에디션이 약 4500만원, 2nd는 4000만원, 3rd는 3000만원 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엄청난 희소성을 갖고 있는 위스키가 되었습니다.
2007년 1964년 빈티지 블랙보모어 827병, 2016년에는 더 라스트 캐스크(The Last Cask)라는 이름으로 50년 숙성 159병의 블랙보모어가 추가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특히 더 라스트 캐스크의 경우에는 오랜 숙성기간으로 인해 알코올 도수가 4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4년 밀폐된 탱크로 옮겨 알코올 도수를 최대한 유지시켜 40.9%로 2년뒤에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특징
지속가능성
이 증류소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쓰고 있는 증류소 중 하나입니다. 증류소는 위스키를 스피릿에 사용되는 물 뿐만이 아니라 위스키를 냉각시키는 등 다양한 곳에 물을 사용합니다. 이 물을 절약하기 위해 폐쇠회로 시스템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75% 정도의 물을 절약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보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보리의 폐기물 처리나 공급의 투명성 검사 등을 지역의 농부들과 함께 함으로서 지속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트위스키에 사용되는 피트를 유지보전하기 위해서 2021년 Suntory Global Spirits와 Suntory Holdings는 스코틀랜드 전역의 이탄지와 자연 유역의 보존 및 복원에 4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Peatland Water Sanctuary™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큰 사훈으로 생각할만큼 진심인 증류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이스터 루지(Oyster Luge)
이 증류소의 제품은 굴과의 조합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이 증류소의 위스키와 즐기는 굴의 이름을 오이스터 루지라 명명하고, 먹는 방법까지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 Step 1. 굴에 있는 물을 마신다.
- Step 2. 보모어를 한 모금 마신다.
- Step 3. 굴을 먹는다.
- Step 4. 비어있는 굴 껍질에 보모어를 붓는다.
- Step 5. 부어진 위스키를 마신다.
주요제품
보모어 12년 (Bowmore 12-Year-Old)
- 향(Nose): 레몬과 꿀의 달콤함, 피트 스모크의 조화.
- 맛(Palate): 다크 초콜릿과 피트 스모크의 균형 잡힌 맛.
- 여운(Finish): 길고 부드러운 피니시.
- 캐스크 정보: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
보모어 15년 (Bowmore 15-Year-Old)
- 향(Nose): 다크 초콜릿, 건포도, 스모키한 향.
- 맛(Palate): 삼나무, 토피, 균형 잡힌 스파이시한 맛.
- 여운(Finish): 셰리, 몰트, 향신료의 부드러운 마무리.
- 캐스크 정보: 버번 배럴에서 숙성 후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
보모어 18년 (Bowmore 18-Year-Old)
- 향(Nose): 시트러스, 잘 익은 과일, 부드러운 스모크.
- 맛(Palate): 과일, 자두잼, 달콤함과 피트 스모크의 조화.
- 여운(Finish): 세비야 마멀레이드, 블로섬, 훌륭하게 균형 잡힌 긴 여운.
- 캐스크 정보: 버번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
보모어 25년 (Bowmore 25-Year-Old)
- 향(Nose): 셰리, 과일, 피트 스모크의 깊은 향.
- 맛(Palate): 달콤함, 피트, 토피, 헤이즐넛의 복합적인 맛.
- 여운(Finish): 부드럽고 복잡한 긴 여운.
- 캐스크 정보: 아메리칸 버번과 스페인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
정리
보모어는 굴과 함께 즐기는 위스키로 유명합니다. 실제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지방에서는 이 증류소의 위스키들과 굴을 세트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피트의 농도 또한 강하지 않기 때문에 피트위스키 입문용으로도 많이 추천되고 있는 위스키인만큼, 피트에 대해 아직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위스키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