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재료와 증류소에 따라 5가지로 분류됩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교를 당하는 두 종류의 위스키가 싱글몰트와 블랜디드입니다. 각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까요?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란?
싱글몰트 위스키는 단일 증류소에서만 제조된 보리를 원료로 하는 위스키를 의미합니다. ‘싱글’은 하나의 증류소에서만 생산된다는 뜻이며, ‘몰트’는 보리의 맥아만을 사용했음을 나타냅니다. 이와 같은 까다로운 제조 과정 때문에 싱글몰트 위스키는 그 품질이 높고, 각 증류소마다 고유한 맛과 향이 잘 드러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글렌피딕, 맥켈란, 글렌리벳 등이 있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탄생: 글렌피딕의 역사
싱글몰트 위스키가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증류소들은 단독으로 제품을 선보이기 보다는 보통 블랜디드 위스키의 원액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해왔습니다. 1900년대 중반, 글렌피딕 증류소에 방문한 한 거래상이 위스키 맛에 감탄하자 이를 시장 가치로 판단한 증류소 회장이 1963년 글렌피딕 스트레이트 몰트위스키라는 제품으로 첫선을 보입니다. 이것이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장르의 탄생입니다.
블랜디드(Blended) 위스키란?
블랜디드 위스키는 싱글몰트와 싱글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하여 만듭니다. 이러한 혼합 과정은 각기 다른 원재료와 증류소의 개성을 결합하여 부드럽고 균형 잡힌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블랜디드 위스키는 다양한 위스키의 특징을 조화롭게 결합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맛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이 있다.
블랜디드 위스키의 탄생
블랜디드 위스키가 본격적으로 탄생한 배경에는 필록세라 창궐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필록세라라는 해충이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파괴하면서, 위스키의 주요 경쟁 상대였던 브랜디의 공급이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가 브랜디의 대체제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19세기 중반, 앤드루 어셔(Andrew Usher)라는 스코틀랜드의 상인이 최초로 글렌리벳에 싱글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최초의 상업적인 블랜디드 위스키가 개발됩니다. 이 방식은 곧 많은 위스키 상인들 사이에서 퍼지게 되었고, 유명 브랜드들이 블랜디드 위스키를 대거 출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한 그레인 위스키의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스코틀랜드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위스키 최강국이 됩니다. 반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한 아일랜드는 이 때부터 스코틀랜드에 위스키 시장을 점점 빼앗기게 되죠.
연속식 증류기(Continuous Still or Coffey Still)
연속식 증류기(Continuous Still)는 위스키, 주정, 기타 알코올 음료를 대량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고안된 증류 장치입니다. 이 장치의 영향으로 스카치 위스키가 블랜디드 위스키를 폭발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아일랜드와 위스키 철자를 다르게 쓰게 만들었으며, 아일랜드의 위스키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전통적인 단식 증류기가 한 번에 한 배치(batch)씩 증류하는 방식과는 달리, 연속식 증류기는 원료의 공급과 생산이 끊김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에 적합합니다.
연속식 증류기는 19세기 초 스코틀랜드의 세무사였던 이니어스 코페이(Aeneas Coffey)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래서 코페이 증류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장점
- 대량 생산 가능: 연속적인 증류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며, 운영비가 절감됩니다.
- 일관된 품질 유지: 정제된 알코올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블랜디드 위스키 등에서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고순도 알코올 생산: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여 고순도의 알코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점
- 풍미 감소: 단식 증류기에 비해 연속식 증류기는 위스키의 특유의 풍미와 개성을 살리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대량 생산 목적의 그레인 위스키나 중성주정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 복잡한 구조: 연속적인 과정으로 인해 장비의 구조와 관리가 복잡하며 초기 설치 비용이 높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와 블랜디드 위스키의 비교
구분 | 싱글몰트 위스키 | 블랜디드 위스키 |
---|---|---|
정의 | 단일 증류소에서 제조된 순수 보리 맥아로 만든 위스키 | 싱글몰트와 싱글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하여 만든 위스키 |
원재료 | 보리 맥아 | 보리 맥아 + 기타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 |
제조 과정 | 단일 증류소에서 증류 후 오크통에서 숙성 | 여러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를 혼합해 제조 |
풍미 특징 | 깊고 복합적, 특정 지역의 고유한 풍미 |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 대중적으로 즐기기 쉬운 맛 |
일관성 | 숙성 환경에 따라 맛 차이가 있음 | 여러 위스키를 혼합해 일정한 품질과 맛 유지 |
대표 지역 |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하일랜드, 아일레이 등 | 전 세계, 특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가 유명 |
대표 브랜드 | 맥캘란, 라가불린, 글렌피딕 |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
가격대 | 비교적 높은 가격대 (숙성 연도에 따라 다름) |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 있음 |
적합한 소비자 | 깊이 있는 맛과 독특한 향을 즐기고 싶은 애호가 | 부드러운 위스키를 즐기고 싶은 일반 대중 |
탄생 배경 | 오랜 전통과 지역 특성 반영 | 대중화를 목표로 하여 필록세라 창궐 등으로 수요가 증가함 |
정리
위스키에 대해 강연을 하거나 위스키를 모르는 사람에게 위스키를 설명하면, 대부분이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그래서 싱글몰트 위스키랑 블랜디드 위스키 중에서 뭐가 더 좋은 거야?’
이 답변은 다음의 통계자료를 보고 여러분들이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는 맥켈란(Macallan)의 ‘Fine & Rare 1926년’이라는 제품으로 약 23억 원에 거래됐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블랜디드 위스키는 로얄샬루트(Royal Salute)의 ‘Tribute to Honour’라는 제품으로 2억 3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금액이 싱글몰트가 약 10배 정도가 더 비싼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는 어떤걸까요?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는 싱글몰트로 ‘글랜피딕’으로 1년에 1200만병이 팔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블랜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는 1년에 2억 2800만병이 팔립니다. 전세계적으로 블랜디드 위스키가 싱글몰트 위스키보다 20배 정도 더 팔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값이 비싼 위스키와 많이 팔리는 위스키, 이 중 과연 어떤 위스키가 더 좋은 위스키라고 생각하시나요? 각자의 생각과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고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