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원조논쟁: 위스키의 올바른 표기법은 Whisky인가 Whiskey인가?

위스키 원조의 싸움

위스키에 대한 표기법은 크게 WhiskyWhiskey로 나뉘어지는데요, 겨우 스펠링 e 하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복수형도 WhiskiesWhiskeys로 나타낼 만큼 확실한 단어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이 단어들이 각각 갖는 공통점을 좀 찾아볼까요?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의 위스키는 Whisky라고 표기하고, 아일랜드, 버번, 테네시의 위스키는 Whiskey로 표기합니다. 즉, Scotch Whiskey라는 단어는 없는 단어라고 봐야 한다는 뜻이죠.

위스키를 Whisky와 Whiskey로 표기하는 나라들의 예시

이 Whisky와 Whiskey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존심 싸움을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위스키 이름의 유래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위스키 이름의 유래

위스키는 ‘우스케 바하(Uisge beatha)’라는 게일어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이 우스케 바하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이 단어가 ‘생명의 물’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생명의 물이라는 것은 위스키 말고도 흔히 ‘독주(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라고 불리는 술들의 유래로 많이 나오는데요. 이유는 알코올 함량이 높은 액체를 상처에 부었더니 사람이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소독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상처에 붓기만 해도 치유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한 알코올을 일반 식수에 넣으면 세균의 번식이 억제되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져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항해하는 배는 신선한 식수를 계속 공급받지 못해 이러한 독주가 필수로 있었다고 하네요. 이러한 독주들을 우스케 바하라는 게일어 말고도 ‘아쿠아 비타(Aqua vita)’라는 라틴어어와 ‘오드 뷔(Eau de vie)’라는 프랑스어 등으로 불렸습니다.(참고)

스피릿이라는 이름의 의미

자 그럼 다시 위스키로 돌아와서, 이 위스키는 생명의 물이라는 뜻에 걸맞게 전통적인 건배사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바로 ‘슬란지바(Slainte Mhath)’라는 게일어입니다. 이는 ‘건강을 위하여’라는 뜻입니다. 참고로 우리는 ‘건배=건강을 위하여’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건배의 건은 건강의 건 자가 아니라 건조의 건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건배는 ‘술잔을 비우다’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죠. 건배!=원 샷(One Shot)!

이름에 대한 자존심싸움

앞선 설명에서 위스키에 대한 표기법은 위스키에 대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존심싸움이라고 했는데요, 이 술에 대한 근본이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을 같이 쓸 수 없다는 것이죠. 왜 그렇게 된 것일까요?

19세기까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는 모두 위스키를 Whisky로 표기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는 1860년 싱글몰트 위스키(하나의 증류소에서 보리로 만들어진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보리 외의 곡물을 사용하여 만든 위스키)를 섞어서 만든 블랜디드 위스키를 판매하게 되고 이 위스키가 인기를 얻게 됩니다. 당시 아일랜드 대표 위스키인 제머슨(Jameson)의 창업자인 존 제머슨(John Jameson)은 그레인 위스키가 들어간 블랜디드 위스키를 위스키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위스키에 대한 진실(Truths about whisky)’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위스키의 철자는 Whisky였죠.

당시 위스키를 주름잡던 아일랜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말, 영국정부는 블랜디드 위스키도 위스키로 인정하게됩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스코틀랜드와 자신들은 다르다는 의미로 위스키를 Whiskey로 표기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가 서로 원조의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봐도 무방한데요, 그 전까지는 같은 철자의 이름을 쓰면서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위스키의 원조는 어디인가?

증류주의 기원: 아랍

위스키의 기원을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증류주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증류라는 기술은 기원전 2000년경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초기 증류장치를 통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향수를 만드는 기술로 8~9세기 경 아랍의 기술자들에게 상업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증류기술은 아랍문화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정설로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알코올(Alcohol)의 어원이 알쿨(Al-Kuhl, 눈가에 바르는 화장품)이라는 단어이고, 증류기를 뜻하는 프랑스어인 알랑빅(Alambic)은 아랍어인 알린비크(Al’linbiq)에서 유래되었다고하니, 아랍권에서 증류기술이 나왔다는 것은 어느정도 신빙성 있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류기술은 11세기 십자군전쟁에 참가한 수도승들에게 전달되어 유럽으로 넘어가게 되고, 이들은 와인을 증류하여 최초의 브랜디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그렇다면 위스키는 어떨까요?

아일랜드에는 ‘성 패트릭의 날(Saint Patrick’s Day)’이라는 유명한 축제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패트릭 성인은 사실 위스키 증류기술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패트릭 성인을 비롯한 수도사들이 5세기경 야만족들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로 피신을 했고, 그 때 그들의 증류기술을 사용하여 생명의 물인 우스케 바하가 처음 만들어졌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 패트릭이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누가 위스키의 원조일까요?

스코틀랜드가 원조라는 근거

1300년 맥 바하(Mac Beartha)가문이 스코틀랜드의 아일라(Islay)섬에 정착하게 됩니다. 당시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던 제임스 4세가 아일라섬의 군주와 전투를 벌일 때 생명수인 바하의 물(우스케 바하)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위스키일 것이라는 짐작이고 전설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위스키의 최초의 기록은 1494년 스코틀랜드 국립기록보관소의 문서에 있는데요, 왕명에 의해 수도원의 수도승인 존 코어에게 맥아로 만든 생명수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재료로 보리를 주었다는 것이 나와있습니다. 생명수라는 아쿠아 비테가 위스키를 의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기록입니다.

아일랜드가 원조라는 근거

위스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172년 잉글랜드가 아일랜드를 침략했을 때, 아일랜드 사람들이 어떠한 음료를 마시고 취했다고 하는데 그 음료가 우스케 바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스케 바하라는 이름만 나와있을 뿐, 이것이 위스키인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고 합니다.

아쿠아 비테에 대한 아일랜드 최초의 기록은 1405년 아일랜드 오소리 교구에 기록된 주 업무 기록에 나와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아쿠아 비테에 대한 레시피가 상세하게 적혀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레시피가 와인으로 만든 브랜디에 대한 레시피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기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리

‘우스케 바하’라는 말이 게일어에서 파생됐고, 게일어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토착어이듯이 이 둘의 위스키 원조 싸움은 치열하고, 아직까지 누가 원조인지 확실하게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는 각자 자신들의 단어로 위스키를 표기하고 이를 전통 위스키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밖의 나라들은 Whisky라고 표기한다면 스코틀랜드의 제작 방식이나 전통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Whiskey라고 표기하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와는 차별화된 위스키를 뜻하는 것입니다. 즉, 이 단어는 자신들의 뿌리와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을 포함하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스코틀랜드아일랜드의 위스키 역사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해당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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