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불린(Lagavulin)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섬에 위치한 유서 깊은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로, 181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사한 피트’라는 독특한 풍미와 전통을 유지하며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역사 및 설립배경
주요 연혁:
- 1816년: 존 존스턴(John Johnston)이 증류소를 설립하였습니다.
- 1837년: 아치볼드 캠벨(Archibald Campbell)의 증류소를 인수하여 함께 운영하였습니다. 이 때 이름을 라가불린으로 변경합니다.
- 1861년: 제임스 로건 맥키(James Logan Mackie)가 증류소를 인수하였으며, 이후 그의 조카인 피터 맥키(Peter Mackie)가 경영에 참여하였습니다.
- 1890년: 피터 맥키가 증류소의 전권을 맡아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화이트 호스(White Horse)’ 블렌디드 위스키를 출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1908년: 피터 맥키는 라가불린 증류소 내에 ‘몰트 밀(Malt Mill)’이라는 새로운 증류소를 설립하였습니다.
- 1927년: 디스틸러스 컴퍼니 리미티드(Distillers Company Limited, DCL)에 인수되었습니다.
- 1997년: DCL이 기네스(Guinness)와 합병하여 디아지오(Diageo)가 되며, 여기에 편입됩니다.
피터맥키
라가불린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았다고 볼 수 있는 피터 맥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역사에서 독창적이면서도 괴짜 같은 인물로 유명하며, 그가 했던 여러 기이한 행동들은 전설처럼 전해져 옵니다. 피터 맥키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활동을 멈추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안절부절 못하는 피터(Restless Peter)’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다양한 행동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접 만든 영양제 제공
피터 맥키는 위스키 생산에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특한 영양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제공했습니다. 밀기울에 동물 뼈와 힘줄을 갈아 넣어 만든 영양제를 ‘BBM’이라 명명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매일 복용하게 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위스키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정원 가꾸기 경쟁
직원들에게 자신의 집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라고 지시한 후, 이를 평가해 가장 아름답게 가꾼 직원에게 상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정원 가꾸기를 통해 자신의 책임과 미적 감각을 키우기를 바란 그의 특별한 교육 방식이었습니다. - 아프리카로 소떼 보내기
어느 날 갑자기 아프리카의 농업 발전을 돕겠다는 취지로 자신의 농장에 있는 소떼를 몽땅 아프리카로 보내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 사냥에 대한 저서 출판
사냥을 좋아했던 그는 직접 사냥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 라프로익 증류소와의 물 전쟁
라프로익 위스키에 쓰이는 물은 라가불린의 부지를 통해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907년 이 물길을 막음으로서 라프로익 증류소와 과 법적분쟁까지 간 사건입니다. 70여년동안 라프로익의 판매대행을 해준 피터 맥키 가문에게 갑자기 계약을 중단한 라프로익에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결국 재판에서 지게되어 물길을 다시 열어주게 됩니다. 이는 두 증류소 간의 오랜 경쟁 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 몰트밀 증류소 설립
라가불린 증류소 내부에 몰트밀이라는 또 다른 증류소를 세워 위스키를 생산했습니다. 블랜디드 위스키 사업을 위한 원활한 원액공급을 위해 라프로익을 인수하려하였으나 이것이 실패했고, 복수를 위한 물 전쟁도 패배하자 라프로익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세운 증류소입니다. 라프로익의 증류기술자들을 빼가고, 라프로익과 똑같은 증류시설을 설계하여 라프로익과 비슷한 위스키를 생산하고자 했습니다. 현재는 라가불린의 방문자센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라가불린 위스키의 특징
라가불린의 위스키는 ‘향기로운 피트’라고 자신의 향을 표현합니다. 실제로 이 증류소의 피트향은 킬달튼 삼총사들에 비해 은은한 모닥불의 향기가 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독특한 풍미는 다음과 같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완성됩니다.
1. 피트의 강도
라가불린은 피트 수치가 약 35ppm으로, 다른 아일라 위스키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은은한 피트 향을 자랑합니다. 스모키함을 유지하면서도 그 농도가 부드럽고 젠틀하여 피트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입니다.
2. 디센딩 라인암 구조
이 증류소의 증류기는 양파 모양에 가까운 독특한 구조로, 증류기에서 응축기로 연결되는 라인암이 아래로 꺾인 ‘디센딩 라인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무거운 기체와 응축액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여 묵직한 풍미를 강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3. 천천히 진행되는 증류 과정
라가불린은 증류 과정을 매우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차 증류에 평균 5시간, 2차 증류에 최대 9시간까지 걸립니다. 이렇게 구리와의 접촉을 최대한 늘려 구리의 영향이 깊이 배어든 묵직하지만, 향기로운 스모키함을 얻습니다.
주요제품
라가불린 8년
- 노즈(Nose): 강렬한 스모키 향과 함께 레몬 껍질, 그린 애플, 바닐라의 상쾌한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 테이스트(Taste): 풍부한 피트 스모크와 함께 달콤한 시트러스, 바닐라, 그리고 약간의 후추 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 피니시(Finish): 길고 드라이하며, 스모키한 피트 향이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 캐스크(Cask): 버번 캐스크와 유러피언 셰리 캐스크
라가불린 16년
- 노즈(Nose): 풍부한 스모키 피트 향과 함께 바다 소금, 건포도, 그리고 약간의 셰리 향이 어우러집니다.
- 테이스트(Taste): 깊은 피트 스모크와 함께 달콤한 말린 과일, 바닐라, 그리고 약간의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집니다.
- 피니시(Finish): 부드럽고 길며, 스모키한 피트와 달콤한 셰리 노트가 오래 지속됩니다.
- 캐스크(Cask): 버번 캐스크와 유러피언 셰리 캐스크
결론
역사부터 라프로익과 많은 경쟁과 비교를 당하며 성장해온 라가불린 증류소입니다. 피터맥키와의 재밌는 일화도 함께 있고, ‘향기로운 피트’라는 독특한 풍미를 갖고있는 라가불린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피트 3대장 혹은 아일라 3대장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피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첫 스타트로 좋은 위스키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