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라벨용어

위스키를 접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위스키를 보더라도 어떤 위스키인지 감이 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위스키는 라벨에 표현해두었는데요, 위스키의 라벨용어만 제대로 알더라도 훨씬 더 쉽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위스키 메뉴판을 받아도 어떤 위스키인지 알기 어렵다.

위스키를 고를 때 제일 먼저 봐야 할 것은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위스키인가’입니다. 위스키를 생산하는 나라마다 생산방식이나 재료에 따른 고유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나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앞서, 혹시 위스키의 5대 생산 국가를 아실까요? 위스키 5대 국가는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 순입니다. 해당 국가에 대한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보다 자세히 아실 수 있으실겁니다.

다음으로는 이 위스키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 어떠한 캐스크에서 숙성년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틀에서 위스키 라벨을 보는 방법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것 외에 여러분들이 보셔야 하는 라벨용어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라벨용어: 도수

여러분 우리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쓰이는 단어인 ‘유레카’의 의미는 다들 잘 아시겠죠. 왕관에 은이 섞여 있는지를 확인하려 고민하던 아르키메데스가 욕탕에서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비중의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어 ‘유레카’라고 소리치며 뛰어나갔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는데요. 이러한 재미있는 일화가 위스키 알코올 도수 표기에도 있다는 것을 아실까요?

유레카의 어원을 보여주는 그림
철학자 아르테미스는 부력의 원리를 찾고 ‘유레카’라고 외쳤다.

위스키 라벨에는 숙성연도를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 숫자가 쓰여 있습니다. STD 1985와 같이 위스키의 설립연도가 쓰여있기도 하지만, 아마 여러분이 가장 관심 있게 보시는 것은 아마 ‘이거 몇 도짜리야?’이지 않을까 합니다. 구매할 때 술이 얼마나 독한지를 가늠해야 하니까요.

ABV(Alcohol by Volume)

도수는 크게 ABV와 Proof로 표기됩니다. ABV는 Alcohol by Volume의 줄임말로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몇 도짜리 술이야?’라고 말할 때 쓰이는 수치입니다. 말 그대로 100ml의 부피 안에 알코올의 부피가 몇 %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표기는 % vol, Alc OO% 등 다양하게 표기되는데요, %나 vol, ABV가 들어가 있으면 모두 이런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ABV표기를 보여주는 사진
ABV는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다. %의 숫자만 확인하면 된다.

Proof

앞서 설명한 유레카 이야기와 연결할 수 있는 알코올 표기법이 프루프(proof)입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표기로서 쉽게 생각하시면 프루프의 표기에 1/2를 하면 우리가 아는 알코올 도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100 proof라고 하면 50 % ABV, 50도짜리 술이라는 것이죠.

어원

프루프는 증명을 의미하는데, 이 단어가 알코올도수를 표기하는 방법이 된 것은 18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술에 들어간 알코올의 양을 토대로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물에 섞여 있는 알코올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향이나 맛, 촉감 등으로 알코올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대충(?)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세금을 어떻게 부여했을까요? 술에 화약을 넣고 불을 붙여서 불이 붙는 지의 여부로 알코올의 도수가 높고 낮음을 판단해서 세금을 부가했다고 합니다. 알코올에 불을 붙임으로 알코올을 증명했기 때문에 술의 도수를 프루프(Proof)라고 명명하기 시작한 것이죠.

알코올에 불이 안 붙으면 언더 프루프(under proof), 불이 붙으면 프루프(proof), 폭발하면 오버 프루프(over proof)로 지정해 알코올의 정도를 표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이 붙기 시작하는 알코올 농도를 100프루프로 표기하고, 이를 이용해 알코올 도수를 비례식으로 표기했습니다. 100프루프에 알코올이 없는 물을 1:1 비율로 섞으면 50프루프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프루프에 대한 비교사진
표기법의 탄생

알코올에 불을 붙이는 방법은 물에 순수 알코올을 넣어서 프루프의 정도를 알 수 있을 뿐, 알코올 도수를 정확하게 표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알코올 도수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정하고자 영국 정부에서는 공모전을 엽니다. 1802년 열린 이 공모전에서 ‘사이키스(Sykes)’라는 사람의 제안이 채택되는데요. 사이키스가 제안한 방법은 물에 섞인 알코올의 양에 따라 술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용해 알코올의 농도를 확인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제안으로 2000만 파운드의 상금(현재 가치로 약 2조, 당시 일반 가정의 연간 생활비 1.5 파운드)을 받게 됩니다.

이 방법을 이용해 100프루프를 실제 계산했을 때 57.1%의 알코올 농도를 가졌다고 하고요. 이 것이 미국으로 건너와 계산하기 쉽도록 50%의 알코올 농도로 규정되면서 지금의 프루프 계산법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비중을 이용해 왕관의 순도를 확인한 아르키메데스는 죽음을 면했고, 알코올의 도수를 확인한 사이키스는 엄청난 부를 얻었으니 ‘유레카’ 일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라벨용어 중 하나인 도수를 프루프 계산법으로 잘 보여주는 와일드터키 101 프루프의 사진
프루프의 계산법을 잘 보여주는 위스키인 와일드터키 101 프루프

라벨용어: 캐스크 수와 관련된 용어

싱글 배럴(Single Barrel) or 싱글 캐스크(Single Cask)

싱글캐스크는 싱글 배럴(Single Barrel)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하나의 캐스크에서 나온 위스키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블랜디드 위스키나 블랜디드 몰트 위스키는 싱글캐스크 위스키가 존재할 수 없겠죠?

싱글캐스크 위스키는 사용한 캐스크의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이 더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싱글캐스크는 위스키 원액만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이 위스키는 물을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맞출 수 있습니다. 사용된 위스키의 원액이 하나의 캐스크에서 나왔다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싱글배럴 및 싱글캐스크 위스키의 사진

라벨용어: 배치(Batch)

배치는 말 그대로 위스키를 만들 때 쓰이는 캐스크의 ‘묶음’입니다. 앞서 싱글캐스크는 하나의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들을 섞은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렇기에 그 증류소의 여러 원액들을 섞을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 그 ‘여러 원액’이 바로 배치입니다. 그러니 모든 위스키는 배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싱글캐스크는 캐스크가 1개로 이루어진 배치인 것이죠.

이 배치가 다르면 당연히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위스키 원액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안내하고자 배치를 꼭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배치가 표기되지 않아도 배치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위스키의 생산연도가 표기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위스키들에는 배치가 표기되지 않고, 맛과 품질 또한 일정하게 유지가 됩니다. 이것은 위스키의 편차를 없앨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많은 수의 위스키 원액들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의미로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으로 캐스크의 숫자와 종류가 의미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쯤 되면, 이 배치라는 것은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이 배치가 끝나면 다시는 같은 위스키를 맛볼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인지 이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버번 위스키가 그런 경우로 ‘스몰 배치(Small Batch)’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말만 들었을 때에는 적은 수의 캐스크를 써서 만든 위스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적다’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몇 백 개의 캐스크를 쓰면서도 스몰배치라는 단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버번에서의 스몰배치는 ‘마케팅용 단어’로 생각하고 넘어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몰배치를 사용하는 버번들의 예시를 든 사진
버번에는 스몰배치라는 라벨용어를 많이 쓰지만, 그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라벨용어: 원액처리와 관련된 용어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

물을 타지 않은 위스키들은 어떻게 분류할까요? 이런 위스키들은 캐스크 스트랭스 혹은 배럴 프루프(Barrel Proof)라고 합니다. 싱글캐스크와의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캐스크 스트랭스는 블랜디드 위스키도, 블랜디드 몰트 위스키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물만 타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죠. 위스키 원액’만’ 사용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블랜디드 위스키의 캐스크 스트랭스
블랜디드 위스키의 캐스크 스트랭스 예시. 발렌타인 30년 캐스크 에디션

그렇기 때문에 캐스크 스트랭스 위스키는 대부분 도수가 소수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점 단위까지 딱 떨어지도록 그 해에 도수를 조절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렌파클라스처럼 CS임에도 도수가 소수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다른 위스키 원액을 써서 도수를 맞췄기 때문입니다.

논칠 필터드(Non-Chill Filtered)

우선 위스키를 생산할 때 알코올과 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방산과 같은 기타 물질들도 생산이 되는데요. 이러한 위스키를 그냥 두게 되면 지방산들이 응고가 되면서 위스키가 탁해지는 헤이즈(Haze) 현상이 생깁니다.

헤이즈 현상의 예시

이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위스키를 저온에서 한 번 걸러주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 지방산이 미관상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풍미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 지방산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위스키에는 ‘논 칠 필터드’라는 단어를 써서 표시 해주는 거죠.

내츄럴 컬러(Natural Color)

말 그대로 색소를 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버번의 경우에는 버번 규정상 색소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별도로 없는 위스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위스키의 순수함을 나타내기 위해 라벨용어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같은 증류소의 제품이라도 생산시기에 따라 내츄럴컬러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정리

위스키 라벨용어를 알고 있으면, 위스키의 정보를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라벨과 패키징 된 상자에 있는 용어들이 광고문구와 같은 것들도 있지만, 이렇게 정보들을 알려주는 라벨용어들도 함께 있으니,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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