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숙성년도의 의미

위스키는 라벨에 숫자를 표시함으로서 제품의 숙성년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연도’가 아닌 ‘숙성기간’이라는 것입니다. 와인은 2023이라고 쓰여 있다면 2023년도에 생산한 와인이라는 뜻이지만, 위스키는 12라고 하면 2012년도에 생산된 것이 아닌 12년 동안 숙성을 한 위스키라는 뜻입니다. 보통 ‘발렌타인 12년산’이라고들 많이 부르지만, ‘발렌타인 12년’ 혹은 ‘발렌타인 12년 숙성’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숙성년도에 따른 발렌타인 위스키의 제품 사진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숙성년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숙성년도의 표기 기준

여기에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겠습니다. 이 숫자는 12년 숙성을 한 원액’만’ 들어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위스키에 들어있는 원액 중 가장 숙성기간이 짧은 원액이 12년 숙성을 한 위스키라는 뜻입니다.

숙성년도에 대한 오해

숙성년도에 대한 오해에 대한 사진
  1. 싱글몰트는 숫자에 표기된 숙성원액만 들어가 있다.
    흔히들 ‘12년 숙성 싱글몰트 위스키는 12년 숙성된 원액만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엄밀히 말하면 틀린 얘기입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앞서 설명해 드렸듯이 한 증류소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위스키라는 뜻입니다. 즉, 12년된 원액이 아닌 더 숙성된 원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증류소에서 나온 위스키라는 것은 변함없으니까요.
  2. 같은 숫자로 표기되어 있는 제품들은 같은 등급이다.
    같은 숫자라 하더라도 당연히 다른 증류소의 제품과 같은 등급의 제품일 수 없습니다.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나 숙성방식 등의 비용적인 측면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용된 원액의 비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증류소는 12년 숙성 원액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출시했고, B증류소는 12년숙성 원액 10%에 30년 숙성 90%를 블랜딩해서 제품을 출시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3. 병입한 이후의 기간도 숙성기간에 포함된다.
    흔히 하는 오해로 발렌타인 40년은 내가 발렌타인 12년을 사서 28년 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것은 100% 틀린 얘기입니다. 말 그대로 이 숫자는 숙성기간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숙성기간은 위스키 원액이 오크통에 들어가서 오크통의 풍미와 조화를 이루는 기간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숙성년도와 가격의 관계

그렇다면, 위스키 숙성기간이 높을수록 비싼 것일까요?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같은 증류소의 제품이라면 일반적으로 숙성기간이 높을수록 비싸지만, 다른 증류소의 제품과는 앞서 말했듯이 혼합되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무의미하죠.

숙성기간과 가격이 비례하는 이유

  1. 비용적 측면
    위스키는 숙성하는 동안 숙성창고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인건비, 세금, 수리비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숙성되는 기간 오크통에 있는 위스키 원액의 값이 올라갑니다.
  2. 위스키의 증발량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크통에 있는 위스키의 원액들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듭니다. 오크통에서 숙성하다 보니 온도의 차이로 인해 나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생기는 미세한 틈으로 위스키의 원액이 증발하기 때문입니다.

즉, 위스키를 숙성하는 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이 계속 늘어가는데, 팔아야 하는 위스키의 원액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스키의 숙성기간이 길수록 위스키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지요. 발렌타인 12년은 5만 원 정도이지만, 17년은 10만 원 초반, 21년은 20만 원 초반, 30년은 60만 원, 40년은 800만 원 정도가 되는 이유입니다.

숙성기간이 길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에 대한 그림

천사의 몫: 마케팅을 위한 단어

이런 금액 상승 현상에도 제품의 가격을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근사한 개념을 만들어 내는데요. 증발하는 위스키를 너무 맛있어서 천사들이 가져간다는 의미로 ‘천사의 몫(Angel’s Share)’ 이라 부르게 됩니다. 스코틀랜드는 1년에 1~2%로 증발량이 낮은 지역 중 하나라 ‘스코틀랜드의 천사가 가장 게으르다.’ 라는 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의 위스키 증발률은 1년에 약 5~10%라고 합니다.

숙성년도와 맛의 관계

숙성년도와 맛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참고)

이런 마케팅 효과와 가격으로 위스키의 숙성이 길수록 맛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말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느낌이기에 특정 수치에 비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숙성기간이 짧으면 증류된 원액의 풍미가 강하고, 반대로 길다면 오크통의 풍미가 강해지기 때문에 그 둘의 조화가 자신의 취향에 잘 맞도록 조화롭게 된 것이 좋은 맛을 내는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오크통에서 30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는 오크통의 향이 너무 강해서 ‘나무즙을 먹는 것 같다’는 말도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12~18년 숙성이 호불호가 적은 위스키라고 업계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정리

즉, 위스키에 쓰여있는 숫자는 이 제품의 품질이나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숫자이기도 하지만,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노력을 의미하는 숫자라고 생각하시면 위스키를 즐기실 때 좀 더 선입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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